예술문화의 시대다. 철 지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여전히 유효한 말이다. 수부도시-수원을 예술의 도시라고 부르기엔 아직은 떨떠름한 면이 없지 않다. 도서관, 박물관과 함께 문화예술진흥법상의 대표적인 3대 예술문화시설인 번듯한 미술관이 없기에 그렇다. 이제야 그 숙원이 풀리게 됐다.
지난 9일 시청 상황실에서 미술관 건립을 위한 협약이 체결되어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쾌거다. 현대산업개발(주)이 수원시의 오랜 숙원인 미술관 건립 지원에 나선 것은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정말 뜻깊은 일이다. 박수를 보낸다.
그간 수원에는 여러 기업이 지역사회 공헌활동 차원에서 예술문화시설을 기증한 바 있다. 중앙일보와 동양방송은 80년 팔달산 기슭에 수원시립 중앙도서관을 기증했다. 삼성은 95년에 아름다운 야외음악당을, SKC는 같은 해 선경도서관에 이어 2009년에는 SK청솔노인복지관을 건립하여 수원시에 기부했다. 향토기업인 SKC는 수원관문인 옛 공장부지에 SK아트리움이라는 음악당을 지어 수원시에 기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수원은 기업들의 지역사회 공헌활동이 다른 도시에 비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기초단체장들이 외자를 유치하고 유망기업들을 내 고장으로 끌어들이려고 동분서주하는 이유도 다 이 때문이다.
그동안 전문예술인 단체인 수원예총은 전 예술인의 뜻을 담아 수원미술관 건립을 청원하는 문서를 시장과 시의회의장 앞으로 제출했다. 또한 각계각층 인사를 중심으로 미술관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미술관건립 타당성과 적정한 건립 장소에 대한 논의를 심포지엄을 통해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미술관 건립은 염태영 시장의 결단이 있어 주효(奏效)했다. 그는 협약식에서 ‘수원은 역사적으로 오래전부터 문화예술의 도시였지만 현대에 걸맞은 미술관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색 있고 품격 있는 미술관 건립을 통해 시민들의 미술문화 풍토를 조성하고, 수원시의 브랜드 가치 향상과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화성행궁 광장 북측 4,800㎡의 부지에 올해 착공하여 2014년 3월까지 지상2층, 지하2층 연면적 10,000㎡ 규모로 300억을 투입해 건립한다. 협약식에서 선보인 미술관 디자인 콘셉트는 비록 시안(試案)이지만 좋은 느낌을 주었다. 새로운 문화예술을 향해 열린 창의적 공간이라는 ‘시공(時空)의 문’이 콘셉트다. ‘문화’라는 과거와 ‘하이테크 신기술’의 현재, 앞으로는 ‘예술’이라는 미래를 바탕으로 역사, 문화, 예술을 연결하는 과거와 미래로의 산책을 독일 수학자 뫼비우스가 창안한 ‘뫼비우스의 띠’를 도입하여 시간의 연속성과 흐름을 만들어 내는 외관이 특이하다. 앞으로 좀 더 구체적인 설계도가 만들어지겠지만, 미술관이 들어서면 더 많은 사람을 행궁광장으로 끌어들이는 데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미술관은 흡인력을 발휘할 것이다.
미술관은 단순히 소장품을 전시하고 보존 관리하는 시설물이 아니다. 복합예술문화공간이다. 21.5세기 미술관은 교육과 전시, 정보화, 네트워크, 출판, 마케팅 등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예술문화발전소’다. 예술인은 물론 시민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공공기관의 기능을 갖고 있다. 단순히 건축물 하나 세우는 것이 아니다. 시민의 예술문화역량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기에 그렇다. 염 시장은 개관기념전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도 미리부터 챙겨야 할 것을 지적할 정도로 관심을 가졌다. 당연한 일이다. 그만큼 앞으로 건립될 미술관이 지니는 의미가 각별하기 때문이다. 예술문화가 사람과 사회를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는 모두가 공감한다. 예술의 힘을 키우고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범시민적 관심이 필수조건이다. 과거와 현재를 조화시켜 후대에 물려줄 번듯한 미술관을 창조해 내는 게 도시의 역량이고 수준이다. 분명코 수원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