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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대부지, 농학교육 100년의 문화자산이다
농대부지, 농학교육 100년의 문화자산이다
  • 편집부
  • 승인 2011.11.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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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 칼럼]

▲ 수원예총 회장
“불안해서 못 살겠다. 지역주민 분노한다. 농대부지 폐쇄 지역경제 다 죽인다. 도심 속 비무장 지대 농대부지 즉각 개방하라.” 서둔동 서울대농대 정문주변과 후문 등 울타리 여기저기에 어지럽게 내걸린 플래카드의 문구들이다. 서울농대가 2003년 12월 서울관악캠퍼스로 옮겨간 뒤 이제껏 방치돼 도심 속 비무장지대처럼 되어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지역주민들의 거센소리가 표출된 구호들이다.

도대체, 이 나라는 법도 제도도 없다는 말인가. 한두 해도 아니고 무려 8년이 지나도록 농대가 이전한 뒤처리 하나 말끔히 정리 못 할 정도니 말이다. 오죽하면 주민들이 스스로 농대부지개방추진위원회를 조직해 자구책으로 농대부지서명운동에 나섰을까. 일부 주민들이 내다버린 각종 오물과 쓰레기가 볼썽사납게 쌓여 있어 정비가 시급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범지대화되고 있어 주민들을 불안해 떨게 한다.

급기야, 농대 부지를 정비하고 시민에게 개방해 줄 것을 촉구하는 서명서를 염태영 수원시장에게 전달한 바 있다. 3만7000여 명의 주민이 서명했다. 앞으로 추진위는 농대부지 소유권을 갖고 있는 서울대,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등을 연이어 찾아가 시민의 뜻을 전달할 것이라고 한다.

때마침 현장에서 민생현안에 대한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민의를 듣는 행사가 수원에서 개최됐다. 대통령소속 사회통합위원회가 지역현안을 포함해 정책건의를 듣는 자리였지만 서둔동 주민들이 제기한 농대부지 개방하라는 민의는 논의조차 없었다.

농대부지가 주민들의 숙원대로 주민 편의시설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일부 농대부지에 들어선 농대 부설 창업지원센터와 서호중학교, 인근 농촌진흥청 관련 연구기관 등이 말끔한 것에 비해 너무 대조적이다. 이들 기관을 찾는 많은 방문객과 학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농대부지는 단순히 처분해야 할 땅덩어리가 아니다. 이 나라 근대농학교육 100년의 터전이자 문화자산이다. 지정된 세계문화유산만이 문화자산이 아니다. 우리나라 농업발달의 근간이자 발원지다. 농학과 농업발전의 발자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업연구의 본산인 권업모범장과 농업교육의 본산인 당시 농림학교가 수원 서둔에 함께 존재한 내력은 우연이 아니다. 많은 인재들이 농대에서 배운 후 바로 이웃인 농진청으로 갔고, 농진청의 두뇌집단은 농업현장에서 얻은 체험을 농대로 와서 전수해 주었다. 농촌현장에서 맞닥뜨린 문제들은 교수와 농진청연구원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 나갔다. 통일벼의 육종도 그래서 가능했다. 이제, 학교는 관악캠퍼스로 이전했고, 농진청은 전주로 갈 예정이다.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우리 농업과 농업교육을 주도하며 농업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장소가 바로 농대부지가 아닌가. 식량자급을 이룩한 기라성 같은 농학자들을 대거 배출한 터전이다. 농업부문의 인적자원의 자질을 높이고 농업과학기술을 현대화시키는 일에서도 그렇다. 조국광복 이후 국가적인 식량난 해결과 피폐화된 산림환경 복원을 통해 튼튼한 국가건설의 견인차 역할을 한 인재양성터전이다.

농대부지가 몇 개 부처의 소유라 할지라도 8년의 세월이 흐르도록 방치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 많은 정부 부처 등이 소통되지 않고 있다는 증좌이기도 하다. 아무리 해결해야 할 절차가 있다고 해도 너무하다. 시민들이 들고 일어설 수밖에 없는 일이란 말인가. 안타깝다. 이 나라 식량자급의 주역들이 배태(胚胎)된 터전이다. 농학교육 터전에서 국무총리, 대법관을 비롯하여 많은 장관과 국회의원들이 배출됐다. 행정분야, 학계, 연구소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들도 일일이 거명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녹색혁명의 주인공 허문회 육종학자, 세계적인 임업육종가인 현신규 산림학자, 조백현 농화학자, 류달영 화훼학자 등도 그 가운데 하나다. 더 이상의 방치는 이들에 대한 모독이다. 유야무야 하지 말고 주민들의 소리를 경청해 조속히 해결책을 제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