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역 자전거 길 차도의 1/3… 무늬만 전용, 컬러·재질 ‘제멋대로’ 이용 불편
직장인 박모 씨는 지난 6월 하순께 매교동 일대에서 아찔한 현장을 목격했다. 한 자전거 운전자가 매교사거리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뒤따르던 대형트럭이 비키라는 듯 경적을 울리는 순간, 깜짝 놀라며 옆에 있는 보행자 대기용 교통섬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행히 교통섬에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가 한 명도 없어 사고는 면했다.
주변에 자전거도로가 없어 자전거를 이용자들은 언제 어느 때 당할지 모르는 위험에 노출돼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자동차 운전자들이 차도를 운행하는 자전거를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방해꾼’쯤으로 여기고 있어 한국에 있어 자전거는 교통수단의 국외자가 된 지 오래다.
행정당국도 마찬가지다. 자전거타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지만 99% 자동차 위주의 교통정책을 펴고 있다. 1%라도 교통정책에 자전거를 배려하고 있으면 그나마 잘하는 편이다. 시민, 행정당국 등 자동차 위주로 돼 있는 교통문화의식에 대한 전환이 필요할 때다.
● 자전거도로역사 13년째 “달라진 것이 없다”
수원시의 자전거도로 건설은 지난 1995년부터 시작됐다. 올해로 13년째다.
2008년 6월 1일 현재 수원시 등록차량은 35만9천81대로 10년 전인 1998년 12월 31일 기준 20만6천991대에 비해 73.5%나 늘었다.
고속도로를 제외한 총 연장도로도 올해 1월 1일 기준 797㎞(미개통 141.9㎞ 제외)로 98년 말 571㎞(당시 미개통 도로 제외)에 비해 226㎞, 39.6%가 증가 했다.
반면 자전거도로는 현재 300㎞로 자전거도로가 개설된 95년보다 3배 정도 늘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고속도로를 제외한 수원지역 도로는 개통예정인 141.9㎞를 포함한 939㎞이다. 자전거도로는 도로의 1/3에 해당한다. 외형상으로는 자전거도로가 꽤 많이 건설된 셈이다.
시 관계자는 “수원 지역의 자전거 도로의 상당수는 택지개발이나 재건축 시 사업 시행자로 하여금 설치토록 한 것이다”라고 했다.
건축과 건설 사업을 진행하는 조건으로 자전거 도로를 설치토록 한 것이니 연계가 잘될 리 없다. 게다가 일관성있는 계획이나 설계모델에 따라 건설된 것이 아니므로 컬러나 재질에서조차 통일이 안 된다.
자전거도로 중 보행로 보도블록에 포장 없이 차로선을 도색해 만든 곳이 121.2㎞ 정도다.
나머지 세권로(수원고~세류사거리)나 1번 국도 파장동 일대 등 155.8㎞ 정도는 우레탄 소재나 입자가 굵은 투수콘크리트로 포장한 곳이다.
● 자전거교통 위한 각종 시설 시급
수원시 도로의 1/3에 해당하는 자전거도로가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우선 파·훼손된 자전거도로를 시급히 보수해야 한다. 파·훼손된 자전거도로는 안전사고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완충장치가 없는 자전거의 특성상 조그만 파손이나 훼손에도 운전자에겐 부상의 위험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시는 영통구를 제외하고 수로원(보수요원)으로 하여금 수시로 순찰토록 하고 도로 정비가 필요한 곳이 발생하면 1억2천여만원의 도로유지관리비를 들여 보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자전거 도로를 포함한 차도, 보행로 정비 등이 포함된 것이어서 자전거도로 보수는 우선순위서 항상 밀린다.
실제로 인계사거리에서 동수원우체국 사거리 방향으로 이어진 보행도로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 500여m 구간 중 일부는 심하게 파손된 채 방치되는 등 정비 보수 해야 할 곳이 많다.
시민 장모씨는 “지난 5월 27일 아침 자전거로 출근하다가 송죽동 일대 자전거 도로 구간에서 파손된 부위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보행로가 시작되는 지점에 설치된 볼라드(차량 주차 방지 시설물) 역시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또 보행로에 부속되다시피한 자전거도로를 앞으로는 네덜란드나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처럼 독립적으로 건설토록 해야 한다. 이들 나라에서는 자전거를 ‘독립적인 교통이동수단’으로 간주 자전거 전용 도로를 차도에 별도로 지정해 설치해놓고 있으며 교차로에 자전거 전용 차도를 지정해 놓고 있다.
또, 교차로 신호 대기 시 자전거 전용 정지 구획을 지정하고 있으며,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종합안내판과 안내 표지판을 요소마다 설치하고 있다.
이들 자전거 문화 선진국은 자전거이용자들이 차량과 보행자에 대한 부담없이 운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자전거로 직장에 출퇴근하는 김모씨는 “일관성있는 자전거 교통문화정책이 필요하다. 자전거도로 건설 13년이 지난 현재 과연 수원시에 자전거 교통문화가 있는가 당국이 심각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수원시의 교통정책에 과감한 전환 발상 필요
미래의 교통수단으로 자전거의 가치는 더이상 언급할 필요 없다. 문제는 당국의 의지와 함께 어떻게 이를 활성화하느냐다. 수원시도 이미 자전거조례를 만들어 청정도시로 만들기 위한 마스터 플랜에 착수했다.
한정된 도시공간에서 이제 차로확장은 물리적 한계점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더이상 도심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자전거의 교통분담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조직과 예산을 충분히 뒷받침한다면 청정도시와 관광도시 수원의 교통수단으로서 몫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수원YMCA 이상명 부장은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자전거 도로가 보행로에 부속된 개념이 아닌 독립된 도로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또 자전거도로 간 네트워크 구축으로 어디서든 자전거로 지역을 이동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김영표 국토연구원 부원장에 따르면 “도시 내뿐만 아니라 도시와 도시를 잇는 광역 자전거도로도 만들어야 한다”며 “새 도로 건설에 따른 퇴역도로를 자전거 광폭도로나 도보용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수원 지역 내 자전거 도로체계는 크게 정자, 천천지구와 영통 지구 등 신시가지를 중심으로 비교적 잘 갖춰졌으나 수원역에서 경기도청 사거리, 화성행궁을 중심으로 한 구 도심권을 순환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잘 안 돼 있다는 평가다.
현재 자전거 교통수송 분담률을 4%에서 2011년까지 1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안산시의 시도도 눈여겨볼 만하다는 의견이다.
안산시는 시화 반월공단 출퇴근 근로자를 위해 공단으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 3개 노선 15㎞ 구간에 자전거도로를 구축하기로 했다.
출퇴근 이용률이 높은 곳에 집중해 자전거도로를 건설, 이용률을 높이고 자전거 교통수송 분담률을 높이겠다는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