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나는 개인사정으로 현역에 입대하지 못하고 2010년 6월 17일에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생활을 시작했다. 친구들이 현역으로 입대할 때 나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나의 정체성에 대한 많은 회의를 느끼기도 했지만, 부모님께서 힘들게 생계를 유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장남으로서는 많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현역으로 입대하지 못한 나에 대한 자책으로 남에게 더 봉사하면서 군 생활을 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소방서를 지원해 수원소방서에서 군 생활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낯 설은 환경, 낯 설은 사람들, 낯 설은 업무(일)는 내성적인 나로서는 더욱 힘들었다. 무표정한 직원들의 모습에 처음 대화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특히 내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좋은 방법을 제시해 줬지만, 입대 전 대학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밖에 없던 나로서는 그 자체도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 관심을 가지고 소방서생활을 원만하게 할 수 있도록 먼저 말을 건네주고 도움을 준 것은 직원분들이었다. 정말로 고마운 일이었다. 때로는 아버지처럼 때로는 친형처럼 웃음으로 농담으로 나를 편하게 해주었다. 물론 직원들이 일할 때는 카리스마를 느낄 정도로 진지한 모습도 보았다. 후에 알았지만 소방서 업무특성상 생명과 직결되는 일이 많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서도 항상 나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많은 도움 줄려고 애썼다.
나도 하루하루 소방서 경력이 쌓여가면서 업무에 대한 적응도도 향상됐고 후배도 생기면서 나름 안정적인 군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처음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는 나의 인생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된다. 소방서에서 나에게 주어진 업무는 환자이송이었다. 출동벨이 울리면 식사를 하다가도, 일을 보고 있다가도 언제 어디서든 신속히 출동해 시민의 안전을 위해 달려가는 소방관들의 업무에 대해서 처음에는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2년 가까이 지나면서 직원분들의 모습을 보고 가슴 뿌듯함을 느꼈고 특히 수혜자로부터 고마움의 인사를 받는 모습을 볼 때는 지금까지 몰랐던 소방관의 매력에 빠져서 전역 후 인생의 직업을 소방관으로 결정하게 됐다. 이런 선택을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같이 근무하는 직원분들의 권유도 한몫했다. 전역 후 무엇을 해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하던 나는 직원분들과 대화하면서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됐다. 나의 가정환경을 이해하고 전역해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직업에 대해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세상사는 이치를 알려 준 직원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 드린다.
2012년 6월 16일은 아쉬움이 남는 소방서생활을 접으면서 나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날이다. 전역 후 과연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사는 것인가? 오직 한 번뿐인 삶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좌우될 것으라 생각한다. 전역해서 당당하게 소방관이 돼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희생과 봉사하는 것이 나의 행복이라 생각한다. 전역해서 당당하게 소방관이 돼 같이 생활했던 직원들과 멋있는 모습으로 재회하고 싶다. 수원소방서 모든 직원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