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시설로 분류되는 화장장을 명소라고 부른다면, 약간 이질감이 있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원에 위치한 연화장은 전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 명소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처음으로 시신을 화장하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지막 다녀간 곳이라 유명해졌다. 이번에는 이곳을 다녀간 것을 추모하는, 작은 비석을 세우는 문제로 보수단체와 충돌이 있어 더욱 세상에 알려져, 명소로서의 자리매김이 돼있는 곳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작은 비석을 세우려는 진보단체와 이를 막으려는 보수단체의 주장을 보면 모두가 다 옳고 한편으로 이해가 간다.
필자도 보수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보수단체 주장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작은비석 문제에 대해 이념 논쟁으로 비화시키지 말고 단순하게 처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앞으로 두고두고 대대손손 유산으로 후손들에게 물려줄 연화장 시설이라면, 추모비 세우는 것을 구태여 이념문제로 발전시킬 이유가 있나 생각해 보게 한다.
금년만도 연화장에 세 번이나 다녀왔다. 그만큼 가까운 지인들이 많이 세상을 등졌다는 의미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들어갈 때는 6명의 장정이 시신을 들고 들어가는데, 나올때는 작은 상자 하나를 혼자 들고 나오는데, 이것을 볼 때마다 인생무상을 체험하게 된다.
도착해서 기다리다가 시신을 태우기 시작하는 시간을 모두 합쳐 2시간 내지 3시간 이상을 기다리게 된다.
연화장은 언제나 만원이다. 이곳에서 즐거운 사람은 없다. 모두 슬프게 가신 님을 추도하는 자리여서 복잡해도 모두 질서있게 기다린다.
여기에 오는 사람 모두 떠나보내는 사람 때문에 슬픔에 잠겨, 다른 생각조차 하기 힘들겠지만 지루하다는 느낌은 다 갖고 있다.
수원시는 이들을 잠시나마 위로해 주고 지루함을 달래준다는 차원에서 방송시설을 설치해 놓고 좋은 음악, 시 낭송, 아름다운 글을 들려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간간이 수원시를 홍보할 수 있는 시정을 알려준다면, 슬픈 이들의 생각을 다른 데로 잠시나마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갈 때마다 이런 생각을 갖고 가는 곳이 연화장이다.
필자는 갈 때마다 상주가 아닌 조상객으로 갔기 때문에, 실내에 부착된 여러 가지 좋은 글을 읽어보면서 지루함을 달랜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건물 주위에 설치된 각종 조형물이나 돌에 새겨진 글을 읽다 보면 몇시간이 지나간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보아, 이곳에 노 전 대통령의 작은 비석이 세워진다면, 오는 유족이나 조상객들이 자연스럽게 이를 보게 될 것이다.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분으로서 그 당시 매장 문화를 선호하던 국민들이 많았던, 그 시절에 처음으로 화장문화를 이곳에 심어놓은 장본인이라면 후세에는 역사 공부가 될 것 아닌가? 이런 의미로 바라본다면 작은 비석 문제는 더 이상 논란거리가 안될 것이다.
다시말해 장례문화를 매장에서 화장으로 선도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바라본다면, 서로 이해가 되는 문제 아닐까?
이미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이 화장된 8호기는 명소로 지정해 놓지 않았는데도 명소가 돼 항상 만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이제 먼 앞날을 보고 살자. 외국에서는 화장장이 공원화돼 있어 누구나 다 가서 즐길수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런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명사나 지도급에 있는 사람들이 화장을 선호해서 연화장을 많이 다녀간다면 아마도 그분들의 추모비도 세워질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게 된다면, 더이상 혐오시설이 아닌 관광지로서 명소로 발전될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필자는 믿고 있다.
이런 차원으로 생각한다면 '노무현의 작은 비석 문제'는 더 이상 이념문제로 다툴 것이 아니라, 역사의 한페이지로 장식될 사항이라고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