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01-03 14:47 (금)
[열린세상] 축산농가의 한숨
[열린세상] 축산농가의 한숨
  • 편집부
  • 승인 2011.11.30 11: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섭(환경예술가)

지난해 겨울, 구제역 파동으로 단지 몇 개월 만에 소, 돼지, 염소 등 300만마리 이상의 가축이 살처분되고 그 피해액만도 3조원에 달했다. 구제역 파동 일 년이 된 지금에도 축산 농가에선 희망보다는 근심과 한숨이 더욱 늘어가고 있다.

구제역 침출수로 인한 오염, 한우가격의 급락과 돼지고기 값의 폭등, 유가상승, 2012년 가축분뇨해양투기전면금지 거기에 온 국민의 근심거리인 한미 FTA비준까지 축산농가의 부담은 갈수록 늘어가고만 있다. 게다가 구제역 파동으로 인한 낙농업계의 타격으로 원윳값이 인상되고 거기에 따라 식품들의 가격도 줄줄이 오르며 서민들의 가계도 더욱 힘들어지게 됐다. 이렇듯 축산업의 타격은 축산 시장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생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다시 겨울을 맞는 지금 지난 악몽을 떠올리게 만든다.

방역과 백신접종으로 인해 현재는 잠잠해 보이는 구제역도 사실 그 특성상 근절됐다기보다는 억제 상태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제 동절기를 앞두고 각 지자체에서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구제역 파동의 가장 큰 원인으로 구제역의 확인과 초동방역시기를 놓친 것을 꼽고 있다. 그로 인해 처음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사람과 차량을 통해 타지역으로 전파되며 더욱 큰 피해로 번지게 되었다. 또한 봄철에만 발생하는 질병으로만 알려져 있던 구제역이 추운 겨울철 동안에 기승을 부리던 것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따라서 지난해 구제역이 발생했던 지역마다 자체적인 방역훈련을 실시하거나 구제역 발생 시의 행동지침을 농가마다 교육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상대하기엔 인간의 힘은 아직 너무나 미약하다.

현재 지속가능한 산업과 기술개발이 전 세계적인 추세이며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다. 현 정부 또한 친환경, 재활용, 신재생 에너지에 주력하며 새로운 사업단을 출범하고 기술개발 사업에 투자해 미래수출산업의 발판으로써 육성의지를 보이고 있다. 당연히 미래의 우리 경제는 환경과 녹색시장에 발맞춘 기술개발이 주축이 돼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녕을 위한 중심은 농업과 축산업 등의 1차 산업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점점 고령화돼 가는 우리 농어촌의 현실은 그 어떤 환경적 변화에도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구제역과 같은 전염병뿐만이 아니라 경제 불황, 국가 간 무역 협정과 같은 외부의 영향에도 마찬가지이다. 국가가 발전하려면 모든 산업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야 한다. 공업 발전에만 주력하던 과거의 부주의가 현재 얼마나 많은 피해를 남기고 있는지 똑똑히 보고 있지 않은가.

최첨단 기술 발전에 투자하는 의지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생명줄을 지켜주는 1차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해 산채로 땅속에 묻히는 가축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축산인들의 눈물을 정부와 국민은 기억해야 한다. 외우내환(外憂內患)에 시달리며 고통을 당하는 국민이 없도록 정부는 더욱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