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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객이란 무엇인가 1
협객이란 무엇인가 1
  • 수원신문
  • 승인 2004.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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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협객 백동수 20]날뛰는 숫송아지이지만...

 

백동수는 협객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검술을 배우기 위해 김광택을 찾아갔던 것은 협객의 삶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협으로 역사에 남은 사람들의 신분은 백정에서 왕족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신분보다는 어떤 삶을 살았느냐가 협을 결정하는 요소였다.

백동수는 타고난 장수감이라 힘이 아주 셌으며, 힘으로 남을 구할 의분과, 재물로 남에게 은혜를 베풀 수 있는 의기가 있었다.

박지원에 따르면 그는 '의'를 실천할 수 있는 바탕을 타고난 사람인 셈이다.

어느덧 백동수는 장안의 협객들 사이에 유명인사가 되어, 그를 따르는 협객만 서른 명 가량이나 되었다.

당시 백동수의 모습을 짐작하게 해주는 일화가 있다.

어느 봄날, 백동수는 친한 협객들과 함께 북한산에 올랐다.

술병을 허리에 차고 가야금 든 기생을 데리고 나섰다.

산길을 오르며 붉게 물든 두견화에 마음을 적시고, 계곡에 드러누운 바위에 올라 화전을 부치며 술잔을 나누었다.

발길을 재촉하여 산사로 향했는데, 그곳에는 먼저 온 건달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화려한 옷차림만 보아도 어느 패거리인지 알 만했다.

잘 나가는 무뢰배들은 세도가의 자제나 포도청 포교 아니면 군영 별감을 끼고 있기 마련이었다.

이들을 통해 단속에 대비하고, 싸움이 벌어지면 이들이 나서서 처리해주었다.

이런 무뢰배들은 협잡과 주먹질을 일삼으며 색주가를 부업의 터전으로 삼았다.

물론 무뢰배 중에도 협객이 한둘은 끼여 있을 수 있고, 마찬가지로 협으로 불리는 사람 중에도 무뢰한이 한둘은 끼여 있기 마련이었다.

백동수 일행은 산사 누각에 올라 자리를 펴고 앉았다.

가야금이 울리고 노래가 이어지면서 막 흥이 오르려는데, 아까 본 무뢰배들이 누각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두목인 듯한 건장한 사내가 맨 앞에 있었다.

순간 백동수의 짙은 눈썹이 꿈틀했다.

불 같은 그의 성격을 잘 아는 벗들이 소매를 붙들었지만 어느새 그는 몸을 날려 누각 아래로 내려섰다.

봄볕 따사로운 산사 마당에 두 사람이 마주 섰다.

백동수는 천천히 소매를 걷으며 어금니를 꽉 다물었다.

얼굴을 뒤덮고 있던 검은 수염이 쫙 퍼졌다.

그때야 두목은 자기 앞에 서 있는 사내가 '야뇌'라 불리는 백 모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순간 두목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몸을 떨며 뒷걸음질 쳤고, 두목의 눈치를 살피던 다른 이들도 하나 둘 사라져버렸다.

수염이 펴지는 것만 보고도 몸을 떨고 도망갔으니 백동수는 불 같은 성격 못지 않게 인상도 험했던 모양이다.

이날 북한산에서 있었던 일은 한동안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함께 갔던 이들은 마치 자신의 무용담인 양 신명나게 그날 일을 이야기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