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 마나한 수원시의회 조례안을 아시나요.”
수원시의회 제263회 제1차 정례회에서는 역대 가장 많은 13건 조례안의 의원발의가 이뤄졌으나 일부 조례안을 심의 과정에서 내용을 수정해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김종기, 문준일, 최중성 의원이 발의한 ‘노인학대 예방 및 보호에 관한 조례안’의 경우 2일 열린 문화복지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집행부가 조례안의 핵심 사안인 제 5조 ‘노인학대예방위원회를 설치 운영한다’는 내용을 ‘설치 운영할 수 있다’로 수정 제의하자 별다른 이의 없이 받아 들여졌다.
결국 노인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발의된 조례안이 시 집행부의 의지에 따라 ‘안해도 된다’는 뜻을 그대로 담고 있어 당초 발의된 취지가 무색해졌다.
이윤필, 김진관 의원이 발의한 도로점용공사장 교통소통 대책 조례안도 2일 도시건설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조례 핵심 사안인 ‘제 10조 시장은 <중략> 시정명령을 하여야 한다’를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로, ‘제11조 시장은 <중략> 고발 조치하여야 한다’를 ‘고발 조치 할 수 있다’로 각각 수정했다.
이번 조례안은 강제조항을 명시함으로서 도로 점용 공사장 주변의 효율적 교통 소통과 보행자 안전대책을 수립하자는 본래의 취지가 ‘할 수 있다’는 표현 하나로 크게 훼손됐다.
이러한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유명무실한’ 조례안을 17일 본회의에 상정되었으나 시의원들은 아무런 이의제기 없이 통과시켰다. 이와 관련해 시민들의 안전과 복지가 의회와 집행부의 정치적 타협으로 '누더기'로 전락했다며 시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한 시의원은 “조례안은 시행에 있어 집행부의 의지가 중요한데 그 의지가 없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이러한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발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 시청 관계자는 “시행 불가능한 조례안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예산집행에도 무리가 있어 이의를 제기할 수 밖에 없다”며 “다만 의원들 입장이 있어 반대는 못하고 ‘어정쩡한 표현’을 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시선은 너그럽지 않다. 한 시민 김 모씨(태장동, 43세)는 “선거 앞두고 의원들의 생색내기 조례안 발의가 아닌지 궁금하다”며 “그렇게 중요한 조례안이라면 사전검토를 거쳐 발의하고 원안대로 통과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공무원이 시민들을 위해서 일해야지 의원들 눈치 보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며 강하게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