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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슨이 손자에게
제퍼슨이 손자에게
  • 수원신문
  • 승인 2003.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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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信條 10가지

50년대 중반께 일이다.
나는 H대학 신문학과 강사였다. 그때 K대학 총장이 부정 사건 혐의로 구속되었다.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대학총장을 구속까지 꼭 해야 했을까. 많은 학생들을 생각해서도 너무한 것 같았다.

나는 대학신문 논설로 대학 총장의 구속을 신중히 하라고 주장했다.
이 논설 때문에 문교부에서 대학으로 연락이 온 모양이었다.
「필자는 나다」고 지체 없이 밝혔다. 그 때 나는 대학 신문 편집도 맡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담담했다. 우리 사회는 대학총장을 가볍게 여기는 듯하다. 벼슬 감투 앞에 사족을 못쓰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토머스 제퍼슨은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이며 민주주의의 아버지로 불리운다. 버지니아 대학교에서는 그의 기념비가 있다. 미국 독립선언서의 기초자이며, 버지니아 대학교의 아버지라는 발자취가 뚜렷이 새겨있다.

하지만 대통령을 지낸 기록은 안 보인다. 제퍼슨을 값치는 비중을 어디에 두었다는 것을 귀뜸해 준다.
우리의 경우라면 아마도 대통령 경력을 앞세웠을 것이다. 제퍼슨에 대한 잣대가 이렇게도 깊숙하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어느 언론단체의 언론상패엔 제퍼슨의 글이 새겨있다.
『言論이 自由롭고, 온갖 사람이 읽을 수 있는 곳에는 모든 것이 안전하다』민주주의의 바탕을 간결하게 나타낸 말이다. 이 글 속에는 「반대의 자유」도 머금고 있다.
제퍼슨은 영국의 처칠과 함께 문장에 뛰어난 사람이었다.

1825년 3월 21일. 「몬데세로」에서 제퍼슨은 그의 손자(제퍼슨 스미스)에게 편지를 보냈다.
『스미스야! 이 편지는 너에게 대해서는 마치 죽은 사람에게서 온 편지와 같을른지도 모르겠다. 너를 몹시도 사랑하는 너의 아버지는 네게 꼭 걸어가야 할 인생행로에 대해 무엇이나 유익한 것을 써 보내라고 부탁했다.
나는 너의 할아버지로서 네게 대해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있다. 너의 마음씨가 훌륭하니 여러말 할 필요가 없다. 신(新)을 숭배하라. 어버이를 우러러보고 사랑하라. 너 자신과 같이 너의 이웃을 사랑하라. 정직하고 진실하라. 神의 운명에 따르라.

그러면 네가 들어갈 삶의 무대는 영원토록 기쁨의 생활문(生活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사람이 죽어서도 이 세상일에 애착을 가질 수 있다면 나는 너를 위해 걱정해 주마. 그러면 이만 안녕...』
편지 끝머리에는 실생활의 신조 10항목을 덧붙였다. (1)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2)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남에게 미루지 말라. (3)그 물건을 손에 쥐기전에 그 돈을 쓰지 말라. (4)아무리 싼 물건이라도 필요 없는건 사지 말라. (5)허영을 만족케 함은 추위와 주림을 참는 것 보다 더 어렵다. (6) 적게 먹었다고 후회한 일은 결코 없다. (7)즐거워 하는일에는 결코 고통이 없다.(8)아직 오지도 않은 재난을 위해 우리는 많은 고통을 맛보고 있다. (9)일은 무엇이든 순서 있게 하라. (10)화가 날 때엔 입을 다물고 열까지 세어라. 만약 크게 화가 날 때엔 100까지 세어라.

백 70여년 전에 쓴 이 편지는 지금 읽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자녀 사랑은 세계공통인 듯하다.
/ 前 서울 언론인클럽 회장